최상단

컨텐츠

NN



짝사랑의 유통기한은 4년이였다. 짧다면 한두어달로 끝났을 것이 유독 그렇게 길게만 갔다. 그것은 아마 그와의 강한 유대감에 비롯된 것이었을 터. 나는 단지 그 강한 이가 기댈곳이 없어 하염없이 하염없이 비틀거리는 것을 붙잡아 제 옆에 두고 싶은 욕심에 그럼 마음을 품었을 뿐이다. 조금 더 무리하고, 조금 더 보듬었다. 어떻게든 옆에 단 일분이라도, 단 일초라도 더 눈에 담고 싶어 그 목소리를 귀에 새기고 싶어…. 다만 그것을 표현하지는 못했다. 단지 당신 곁에 동료로서 있고싶다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혹시라도 당신이 경멸하며 떠날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숨겼고, 그래서 죽였다.


황금빛 머리카락을 가진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정말 근사할거야 

그렇게 되면 황금빛 물결치는 밀밭을 볼 때마다 네 생각이 날 테니까 .. 

그렇게 되면 나는 밀밭 사이로 부는 바람소리도 사랑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너는 다가왔던 것처럼 천천히 나를 떠났다. 오히려 예전보다 조금 멀리 있는 그 자리에서, 느껴지지 않는 바람에도 위태롭게 흔들거리는 실 하나로 이어진 아슬한 관계. 너와 나는 딱 이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그래서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었다. 비록 멀리 있을지언정, 잇는 실은 끊기지 않았기에 그저 만족했으므로.


그리고, 또 다른 그가 찾아왔다. 강한 충동. 제어되지 않을 끈을 아슬하게도 잡고, 눈을 감았다. 그래. 결국은 같은 선택을 하게 될 것을.

'그래서그래가지고그랬는데그랬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자리  (0) 2014.03.06
청른에 관한 고찰  (0) 2014.02.20
글을 쓰다말고쓰다말고  (0) 2014.02.20
NN  (0) 2014.02.13
별자리이야기- 사수자리  (0) 2014.02.10
© Chupar ː · Powered by · Skin by Grace*

TOP